논문 리뷰 맥켄지 & 와츠먼, 무엇이 기술을 형성하는가 2018/10/05 11:39 by 아콩카구아

송성수 편역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 (1995) 중 도널드 맥켄지 & 주디 와츠먼의 「무엇이 기술을 형성하는가」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송성수 님이 밝혀두신 원문의 출처는 Donald MacKenzie and Judy Wajcman, "Introductory Essay", Donald MacKenzie and Judy Wajcman, eds., The Social Shaping of Technology: How the Refrigerator Got Its Hum(Milton Keynes and Philadelphia; Open Univ. Pr., 1985) 입니다.

맥켄지와 와츠먼은 “무엇이 사회적 영향을 가지는 기술을 형성해 왔는가?”라고 질문합니다.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으로서 가장 유력했던 이론은 “기술이 독립적인 요소이며 기술 변화가 사회변화를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기술결정론이었습니다. ‘레저 사회’ 또는 ‘후기 산업 사회’를 초래한 것이 다름 아닌 기술변화라는 주장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116).

그러나 실제로는 특정한 사회의 성격이 기술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점을 받아들이면 기술을 독립적 요소로 간주할 수 없게 됩니다(118). 같은 기술이라도 다른 환경, 다른 맥락에서는 다른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프랭크족의 경우에는 등자가 봉건제를 유발했지만, 앵글로 색슨 영국의 경우에는 그러한 효과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기술혁신은 사회 변화의 많은 조건들 중 하나로 취급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과학이 기술을 형성한다” 혹은 “기술이 기술을 형성한다”고 주장합니다. 전자의 경우, 과학은 실재를 발견하는 것이므로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관념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은 사회에 의해 심오한 차원의 영향을 받습니다. 또한 과학과 기술은 19세기 후반 이전까지는 서로 반드시 긴밀하게 연결된 활동이 아니었으며, 과학과 기술의 연결이 증가한 20세기에도 과학이 기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술도 과학에 공헌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술이 기술을 형성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기술의 발명은 특정 인물이 특정 날짜에 이룬 것입니다. 그러나 옥번과 토마스는 발명이 시대의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 기술을 점진적으로 변경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기술적 논리와 경제적 논리는 분리될 수 없다(131)는 점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많은 발명은 시스템 비용(역돌출)을 해결하기 위한 탐색과 시도로부터 이루어집니다(132). 기술 시스템이 직간접적으로 시장 경쟁에 연루되어 있는 경제적 성취라면 기술변화는 시장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133).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기업이 최대 이윤을 얻기 위해 특정 기술을 채택한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브하두리의 인도 농업 연구나 소련 산업의 혁신 연구를 볼 때, 사회마다 다른 ‘가치’ 및 ‘합리적 계산’의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술 또한 그것에 맞게 개발되고, 혁신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일어납니다.

여기서 핵심 논점은 혁신의 ‘속도’가 아니라 질적 차이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기술의 성격은 자본가의 노동자 통제와 관련되지만, 경제 계산의 방식이 다른 사회주의 사회에서 기술은 이것과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138).

그러나 경제적 계산이 사회가 기술을 형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발명을 이윤으로 전환 하는 일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때 경제적 계산은 현재의 비용이나 시장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비용 및 시장을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이때 기술혁신과 미래 이윤의 관계는 정량화 할 수 없는 것으로, 이때의 기술에 대한 투자를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위너는 기술 사용이 즉각적 수지타산과 무관할 수 있음을 미국 기업가 사이러스 맥코믹 2세의 기계 사용 사례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이 기업가는 기계를 활용해 노동자를 해고하고 노동조합을 해체함으로써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한 것입니다. 국가의 경우 경제적 제한을 훨씬 적게 받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기술형성의 중요한 예는 군사기술 및 여기서 비롯된 원자력, 항공 교통, 전자공학 등의 ‘민간’ 기술입니다.

이처럼 기술은 가치중립적 과학에 의해 형성되는 것도, 기술 그 자체에 의해 형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기술 형성에 관해 분석하기 위해서는 맥켄지와 와츠먼이 제안하는 것처럼 기술 발명의 자원이 되는 기술 패러다임과 그것을 제한하는 기술 시스템, 사회의 가치체계와 그에 따른 경제적 계산 방식, 시장, 국가, 장기 지평을 염두에 둔 선택, 성의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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